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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 허리가 부러진 고목 / 정해철
  글쓴이 : 컴퓨터전설     날짜 : 11-04-13 23:55     조회 : 1533    
허리가 부러진 고목 / 정해철

매미의 악몽이
아직 마을 어귀에서
꿈틀 거리며 숨을 쉰다.

누군들 어찌 할 수 있겠는가 !

노쇠한 고목에
꽃이 피기를 바란건 아니지만
아무탈 없이 살다 가기를
마을 사람들은 빌었을 것이다.

허나
지난밤 모진 비바람은
고목의 허리를 꺽어 놓았다.

마지막 순간까지
고목은 자신의 운명을
온 몸으로 받으며
즐겁게 자연으로 갔나보다.

둑방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
허리를 한껏 구부린채
절하고 있으니...